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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캡티비전 대표 스팩과 역합병…중소기업 최초로 나스닥 입성 ‘G-글라스’ 건물 외벽 유리에 영상 구현 기술 건물 자체 활용 '미디어 파사드' 시장 성장성 확신 “美 상장 원한다면 전세계 통할 아이템 발굴해야”
▲지난해 11월 ‘캡티비전(구 글람)’이 중소기업 최초로 나스닥 글로벌마켓 입성에 성공한 가운데 이호준 캡티비전 대표는 "미국에서 통하는 아이템이 아니면 상장해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거래되지 않는 주식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템 선정"이라고 조언했다. 이호준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나스닥 상장은 분명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미국 시장 진출은 우리 제품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최근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중소기업 최초로 ‘캡티비전(구 글람)’이 나스닥 글로벌마켓 입성에 성공했다. 건축용 디스플레이 글라스 설계·제조회사인 글람은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하면서 합병을 통해 사명을 ‘캡티비전’으로 변경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아직은 미국 시장에 갓 진출한 새내기지만 미디어 파사드(건축물의 외관을 뜻하는 ‘파사드’와 ‘미디어’의 합성어) 시장의 1등 기업을 꿈꾸는 캡티비전의 이호준 공동 설립자 겸 대표를 만나 나스닥 상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스닥에 상장하려면 글로벌하게 통할 만한 아이템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상장 필수 조건을 설명한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 상장했다면 주식을 거래하고 투자하는 대부분이 미국인이어야 하는데 그들이 관심이 없으면 상장을 하더라도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 국한된 사업 분야로는 상장하더라도 무관심 속에 아무도 거래하지 않는 주식이 될 수밖에 없다"며 "나스닥에 상장한 여러 중국 기업들이 거래량이 적고 애널리스트의 커버리지도 거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캡티비전의 사업 아이템은 투명 유리에 미디어를 재생하는 ‘G-글라스(G-Glass)’다. G-글라스를 통해 전 세계 미디어 파사드 시장에 진출한다는 게 이 대표의 포부다. 이 대표는 "전 세계에서 G-글라스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캡티비전이 유일하다"며 나스닥 상장 계기와 회사의 경쟁력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나스닥에 상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캡티비전의 G-글라스는 글로벌하다는 게 강점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빌딩이 없는 곳이 없고 빌딩이 있는 곳에는 유리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빌딩에 미디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G-글라스는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스닥 상장이 모든 회사에 주어지는 여건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스닥 진출 대신 코스닥 상장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 때 마침 우리 회사를 눈여겨본 미국의 사모펀드(PEF)를 만나게 돼 나스닥에 상장하게 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G-글라스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달라. ▲G-글라스는 미디어 파사드의 일종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축물 외벽을 디스플레이로 사용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뜻하는데 국내에서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빌딩의 미디어 파사드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외벽에 전광판을 붙이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전광판은 화려하긴 하지만 내구성이 약해서 10년마다 교체해야 하며 유지비용 또한 많이 든다. 뿐만 아니라 전광판으로 앞이 막힌 내부 공간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데다 안에서 밖을 볼 수 없어 부동산 임대 가치도 낮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전광판 규모를 더 크게 키울 수 있음에도 건물 전체에 전광판을 붙이는 경우는 없다. 광고 및 미디어 가치가 높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전광판도 크기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하지만 투명 유리인 G-글라스는 다르다. G-글라스는 99.7% 투명한 유리로 일반 건축물에 건자재로 사용되는 유리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건물을 지을 때나 리모델링할 때 건물에 일체형으로 시공돼 건물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다. 부동산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광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기존 건물에는 외벽에 유리막을 씌우는 이중 유리(더블 스킨) 방식으로 시공 가능하다.
▲캡티비전의 대표 제품인 ‘G-글라스’를 적용한 미디어 파사드 건물인 카타르 도하 뷰 병원 모습. 캡티비전
-G-글라스를 적용한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은. ▲카타르 도하의 ‘뷰 병원’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뷰 병원 건물에 G-글라스를 시공해서 건물 외벽 전체에 영상이 나올 수 있게 설계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건물 전체에 태극기 영상을 띄우기도 했다. 과거 전광판 중심의 옥외미디어는 해상도 경쟁이었지만 앞으로 미래에는 도하 뷰 병원처럼 건물 전체에 미디어 파사드를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더 나아가서는 건물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미디어화되는 스마트 시티가 조성될 가능성도 높다. 전광판은 크기에 한계가 있지만 G-글라스를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전체를 미디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도시 전체가 미디어화된다는 게 어떤 뜻인가. ▲과거에는 TV나 휴대폰, 전광판 등으로 미디어라는 개념이 국한됐지만 이제는 건물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시대가 왔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하며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하는 셈이다. 건물에 적용하는 미디어 파사드의 경우 건축 미디어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시장을 만든 것으로 보면 된다. 미디어파사드 기술을 적용한 유리를 건물에 설치하고 방송 기술과 접목 시키면 건물 전체에서 실시간 방송을 띄울 수 있다. 아이패드와 연결해서 아이패드에 글씨를 쓰면 건물 전체에 나오고 게임을 만들어서 증강현실 구현 가능 건물도 만들 수도 있다. 건물을 미디어 디바이스로 바꾼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는 건물의 수익모델이 임대에 제한됐지만 미디어 디바이스로 바뀌게 되면 건물의 수익 모델을 다양화할 수 있다. 건물 외벽을 활용해서 게임,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재난 경보 서비스 등을 구현할 수 있어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도 이 잠재력을 보고 우리 회사에 먼저 손을 내밀어줬다. -어떻게 처음 G-글라스를 개발하게 됐나. ▲원래부터 사업을 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께서 다니시던 회사에서 리비아로 발령을 받으면서 7살 때 리비아로 갔고 3년 정도 살다가 영국으로 발령이 나면서 영국에서 20년 동안 거주했다. 1999년 생화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마땅히 갈 만한 바이오 기업이 없었다. 다른 길을 찾다가 운 좋게도 홍콩 JP모건에 입사하게 돼 9년간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여러 회사의 임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고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작성한 탐방 리포트만 해도 족히 700~800개는 될 것 같다. 그러다보니 간접적으로 사업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유리 사이에 LED를 넣은 샘플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조금만 투자하면 되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호준 캡티비전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나스닥 상장 과정에서 난관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상장을 준비하면서 나스닥에 상장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거의 없는 이유를 알게 됐을 정도다. 우선 나스닥에 상장하려면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최근 이 감사기준이 더 강화됐다. 웬만한 중소기업은 이 과정에서 감당하기 힘들겠구나 싶었다. 또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합병은 나스닥에서 허용이 안 된다. 그래서 역합병 방식을 추진했다. 회계사나 변호사 비용이 더 많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국과 미국의 법적인 차이가 크다는 점도 고비였다. 미국 회사가 미국에서 상장하면 문제가 없지만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상장을 하려면 미국 법도 맞춰야 되고 한국 법도 맞춰야 해서 복잡하다. 대기업들은 자본이 탄탄하니까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중소기업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도 난관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문화가 아직 남아있지만 미국은 조금 느려도 정석대로 가야 한다는 주의다. 안 돼도 할 수 없다는 마인드가 강했다. 그래서 한국 주주들과 미국 주주들이 부딪히는 상황이 빈번했고 경영진들끼리도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다만 나의 경우 영국에서 오래 거주했기 때문에 양쪽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 상장에 도움이 됐다.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국내 기업들에 조언을 한다면. ▲미국 시장에 통하는 글로벌한 아이템을 확보해야 한다. 과거에 우리나라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해도 각광을 받지 못했다. 사업 분야가 우리나라나 아시아권에 국한돼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통하는 아이템이 아니면 상장하더라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거래하지 않는 주식이 될 수밖에 없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사에 대한 규제만 받고 정작 주가 부양이나 증자 등 얻게 되는 혜택은 없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템 선정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캡티비전 CI. 캡티비전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G-글라스는 세계 최초 건축용 디스플레이 제품이다. 건자재 형태를 띠고 있지만 미디어 기능을 한다. 건자재와 미디어, 다시 말해 부동산과 IT 산업이 결합하는 산업으로 볼 수 있다. 거대한 두 산업이 합쳐졌을 때 그 교집합에서 나오는 산업군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는 건축 디자이너나 디벨로퍼들에게 G-글라스를 홍보하기 위해 미국과 중동 시장에서의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집중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파사드 시장을 스마트폰 시장처럼 크게 키우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초기 단계에는 앱이 많지 않아 영향력이 크지 않았으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시장 규모가 거대해졌다. 미디어 파사드에는 건물을 미디어 디바이스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건물의 수익 모델 다변화를 통해 건물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 이호준 대표이사 프로필 ◇약력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생화학 학사·석사·박사 △1999~2007년 JP모건 애널리스트 △2007~2011년 M3 Capital 창업자 △2011~ 글람 창업자&대표이사 △2019~ BioX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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